워드마크를 통한 리브랜딩 성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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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혹은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게 되면 이전의 아이덴티티를 수정하거나 문제점들을 개선해야 할 경우가 종종 생기곤 합니다. 브랜드 가치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개발하는 과정을 바로 리브랜딩(Rebranding)이라고 합니다. 큰 규모의 기업이나 브랜드의 리브랜딩은 매우 큰 비용이 발생하고,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잘못될 경우 기존 브랜드의 팬층이 혼란을 겪거나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매우 신중히 진행되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기업과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의견과 리뷰를 공유하는 플랫폼인 BrandNew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케이스 12개를 통해 최근 워드마크 트렌드를 세 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세리프의 귀환
지난 몇 년간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세리프 서체에서 산세리프 서체로 로고를 수정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로 자리 잡았는데요, 특히 이런 리브랜딩은 유독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많이 볼 수 있었죠. 하지만 기존 브랜드가 갖고 있던 브랜드 고유의 개성을 버리고 모던함만 추구한다는 점에서 해당 브랜드의 팬층에게 강한 반발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최근 리브랜딩 트렌드를 보면 이런 트렌드를 깨고, 오히려 브랜드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독특한 세리프 서체를 이용하여 해당 브랜드만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사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1) Medium
디자인 에이전시 Manual과 인하우스 협업
2012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Medium은 미국판 Brunch라고도 불리는 대표적인 온라인 출판 플랫폼입니다. 서비스 초기에 여타 온라인 플랫폼들과 같이 모던한 산세리프체를 사용했던 Medium의 이전 아이덴티티는 다소 밋밋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지만, 단단하고 개성 있는 세리프체를 활용한 리브랜딩을 통해 다른 서비스들과 비교하여 시각적으로 돋보이고 개성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2) Tapestry
뉴욕 디자인 에이전시 Carbon Smolan Agency에서 제작
Tapestry는 Coach의 모회사로 Coach의 이름에 너무 의존하지 않기 위해 Coach Inc에서 수정된 이름입니다. Coach는 패션 브랜드 중에서 아직까지 세리프 폰트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인데요, 이번 Tapestry 리브랜딩에서도 공 모양의 세리프가 인상적인 서체를 사용하여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운 이미지의 워드마크를 제작하였습니다.
3) Sotheby’s
디자인 에이전시 Pentagram제작
Sotheby’s(소더비)는 1744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되어 고가 미술품을 취급하는 경매회사입니다. 산세리프 체인 Gill Sans체를 바탕으로 한 기존의 워드마크는 고가의 미술품을 취급하는 회사의 이미지에 비해 너무 모던하고, 신중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펜타그램 뉴욕 파트너 Miller와 그의 팀은 세리프 서체인 Mercury체를 활용하여 300년이 넘는 Sotheby’s의 유산을 계승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선보였습니다.
4) Chobani
인하우스 제작
2007년에 한 터키 이민자가 뉴욕의 그릭 요거트 공장을 사서 설립한 Chobani는 이제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요거트 브랜드입니다. 식품 브랜드로서는 다소 딱딱하고 개성 없는 워드마크를 사용하던 Chobani는, 2016년 디자인 에이전시 Collins의 공동 창업자인 Leland Maschmeyer의 합류와 함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선보였습니다.
매끄럽고 두툼한 부드러운 굴곡이 특징인 새로운 워드마크는 요거트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세리프를 활용한 리브랜딩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2. 커스텀 폰트 & 글자 변형
폰트로 로고를 구성하는 워드마크의 경우, 폰트의 완성도가 곧 워드마크의 완성도를 의미하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폰트를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Helvetica와 같이 이미 너무 많은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는 폰트는 오히려 해당 브랜드만의 개성을 살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한 브랜드만을 위해 제작된 커스텀 폰트는 타 브랜드와의 시각적인 차별성과 그 브랜드만의 고유한 성격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좋은 해결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1) Tentree
디자인 에이전시 Sid Lee 와인하우스 협업
2012년에 설립된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Tentree는 브랜드의 메인 미션으로 제품을 팔기보다 나무를 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제품을 팔 때마다 10개의 나무를 심고 있다고 합니다. 기존의 Tentree 로고는 이런 브랜드 미션을 심벌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지만, 너무 투박하고 아웃도어 브랜드로서의 인상을 전혀 주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Tentree는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아름다운 곡률과 부드러운 세리프 장식이 눈에 띄는 워드마크를 제작하여, 기존 로고 심벌의 아이디어를 계승하면서도 훌륭하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2) Ross Gardam
디자인 에이전시 SouthSouthWest 제작
Ross Gardam은 2007년 설립된 호주의 가구&조명회사입니다. 모든 제품이 지역 장인과 메이커들에 의해 수작업으로 제작되어 현대적이면서도 우아한 매력으로 인지도를 쌓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나쁘지는 않지만 제품의 우아함을 잘 담아내지 못한다는 평이 있었던 기존의 워드마크는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글자 획 대비가 크고, 개성 있는 'R'이 특징인 커스텀 산세리프 서체로 수정되었으며, Ross Gardam 제품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3) Ogilvy
디자인 에이전시 Collins 제작
1948년 설립된 Ogilvy는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광고 에이전시 중 하나입니다. 유명 디자인 에이전시 Collins에서 제작한 이번 워드마크는 회사의 창립자 David Ogilvy의 서명과 기존 회사가 사용하던 Baskerville체를 참조하여 제작된 커스텀 워드마크입니다. 워드마크의 글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gi와 il, vy과 합쳐져 있는 형태의 합자(ligature)가 눈에 띄는데, 이는 에이전시와 클라이언트, 클라이언트와 고객들을 잇는다라는 점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이번 Ogilvy의 리브랜딩은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매력적인 합자로 많은 디자이너들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4) SuperShe
디자인 에이전시 &Walsh 제작
2018년에 설립된 SuperShe는 여성들을 위한 콘텐츠, 제품, 커넥션을 제공하는 커뮤니티입니다. 이 커뮤니티는 발틱해에 위치한 실제 섬을 기반으로 시작되었지만, 현재는 경제적인 여건으로 섬을 이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하여 어플을 통한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 로고의 모노그램은 파편 같은 모양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풍기며 상류층 여성들을 타게팅했다면, 이번 마커로 그린 듯 한 부드러운 인상의 워드마크는 이전보다 더 폭넓은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SuperShe의 브랜드 전략에 매우 적절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3. 다목적 용도를 위한 시각적 개선
리브랜딩은 때때로 일반인의 눈으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미묘한 변화만 거치기도 합니다. 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기존 브랜드의 성격 또한 변화시켜, 브랜드를 사용하는 고객이 혼란을 겪거나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패션 브랜드 Gap이 Helvetica를 사용한 새로운 로고를 공개했다가 기존 팬층의 엄청난 반발로 다시 이전 로고로 돌아온 케이스가 있습니다.
기존 워드마크의 시각적 문제점들은 보완하는 리브랜딩은 얼핏보면 이전과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지만, 시각적인 안정성이나 로고가 활용되는 여러 환경에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작은 디테일들이 수정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1) Tripadvisor
디자인 에이전시 Mother Design 제작
2000년에 설립된 Tripadvisor는 매월 40억 명의 여행자들의 여행 계획에 도움을 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여행 정보 플랫폼입니다. 이전의 Tripadvisor 워드마크가 불명확한 의도의 색상 사용과 default 폰트(OS 혹은 프로그램에 기본으로 탑재된 폰트)로 보이는 폰트의 사용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는 디자인이었다면, 이번 워드마크는 단색 심벌과 그에 어울리는 볼드한 지오메트릭 서체가 시각적으로 단단하고 안정적인 인상을 줍니다.
이번 Tripadvisor의 리브랜딩은 기존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도 단색 워드마크의 활용으로 웹, 모바일, 인쇄와 같은 여러 환경에서의 접근성을 성공적으로 높였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2) Riot Games
디자인 에이전시 Rinker Design과 인하우스 협업
2006에 설립된 Riot Games는 우리에게는 LoL(League of Legends)이라는 게임으로 잘 알려진 게임회사입니다. 워드마크의 가독성이나 로고의 크기 조절이 크게 중요시되지 않던 Riot Games사의 로고는 무려 12년 동안 유지되었지만, 점차 회사가 성장하고 로고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됨에 따라 Riot Games사는 기존 로고의 문제점을 해결할 새로운 이미지가 필요했습니다.
여러 각도의 기준선으로 제작된 이번 Riot Games사의 심벌과 워드마크는 기존의 거친 매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매우 단단하고 심플한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3) Popeyes
디자인 에이전시 Jones Knowles Ritchie 제작
1972년 뉴올리언스에서 패스트푸드 식당으로 시작한 Popeyes는 이제 가장 규모가 큰 전세계 치킨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기존 로고는 2008년 Pentagram에서 제작된 워드마크로, Popeyes 브랜드 특유의 통통 튀면서 별난 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기존 워드마크의 P와 S의 스타일을 그대로 가져와 기존 브랜드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좀 더 안정적이고 성숙한 버전으로 개선되어 디자이너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4) Dustin
디자인 에이전시 KurppaHosk 제작
Dustin은 북유럽과 네덜란드에 기반하여 회사들이 IT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제품 및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Dustin의 기존 로고는 IT 관련 브랜드로서 어느 정도의 모던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파란색 D, 그리고 t와 i의 합자 등, Dustin이라는 브랜드 이미지에 불필요한 요소들을 담고 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이러한 불필요한 요소들을 과감히 없애고 “We keep things moving” 브랜드 슬로건에 걸맞은 심벌과, 그런 심벌의 디테일을 바탕으로 한 커스텀 폰트의 활용으로 모던하면서도 섬세한 디테일을 포함하고 있다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글을 마치며.
기업 및 브랜드의 리브랜딩은 단순히 많은 금액을 필요로 하기도 하지만,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일이기에 매우 신중하고 많은 준비를 필요로 하는 작업입니다. 이번 글에서 다룬 리브랜딩 성공 사례들이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고 준비하시는 클라이언트 분들과 디자이너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 | 이주명
뉴욕을 기반으로 그래픽, 브랜딩,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jmlee9762@gmail.com
인스타그램 @ju_work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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